일 년에 몇 번 가지 못하지만 캠핑을 시작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한 10년쯤 된 것 같다. 타프를 산지는 그 보다도 더 몇 년 전이었다. 그때는 타프라는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였고, 그저 냇가에 그늘을 만들어 쉴 요량으로 오픈 마켓을 검색하다가 크게 비싸지 않은 것을 하나 샀다.
그리고 며칠 뒤 드디어 고향 가는길 냇가에 타프를 쳤다. 제대로 설치하는 방법도 숙지하지 않은 채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쳤는데 웬걸 5분도 안되어 바람이 몰아 쳤고, 온 가족이 붙잡고 치던 타프는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고 하다가 쭉 찢어지고 말았다. 사실 바람이 크게 불지도 않았는데 타프에 부딪치는 바람은 아주 세게 느껴졌다. 그래서 타프를 탓했다. 너무 약하게 만들었고 바느질도 엉망이었다고. 처음 친 타프가 이렇게 되었다고 판매자에게 항의 반 하소연 반 하였더니 판매자 분은 한 단계 아랫급 조금 더 얇은 천으로 된 스킨만 교환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내심 고마웠다.
그러고도 타프 치는 법을 제대로 공부 하지는 않았다. 그 후 계곡에 놀러 갔을 때는 폴대 없이 계곡을 가로질러 나무에 스트링을 묶어 그늘을 만들었고, 속리산 뒤 계곡에 같을 때도 어설프게 폴대를 세웠는데도 바람이 안 불어서 인지 그럭저럭 타프 밑에서 쉴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 처음으로 캠핑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콜맨 웨마(웨더 마스터) 돔텐트를 하나 샀다. 그리고 지인을 따라 간 토함산 자연 휴양림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제대로 설치된 타프를 보았다. 옆 데크에 설치된 것으로 나름 유심히 관찰했다. 타프 치는 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공부하고 프린트까지 했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폴대나 팩은 아니었다. 타프를 살 때 끼워줬던 것이었는데 폴대는 가는 스틸로 된 것이었고 팩은 20cm도 안 되는 가는 것에 스트링 비너도 조잡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알루미늄 폴대, 50~30cm팩, 스토퍼, 스트링을 하나씩 다시 샀다. 매듭 공부도 필요했다. 지금은 세팅된 폴대부속물과 타프를 한꺼번에 판매하기도 하지만, (물론 지금도 조잡한 것을 같이 셋트로 판매하는 제품이 보이기는 한다) 그때는 따로 사야만 했다.
이렇게 돔과 타프로 캠핑을 시작해 몇번을 더 다니다가 오월초 상주 어느 캠핑장에서 바람에 호되게 당하게 된다. 타프가 찢어지진 않았지만, 바람의 방향에 따라 타프 설치 형태를 계속 바꿔 주느라 애를 먹었다. 다른 집 타프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헥사 타프가 바람에 강하단다.
헥사타프가 모양도 이쁘다. 이왕이면 깔맛춤도 하고 싶다. 그래서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 다시 인터넷을 살펴보니 그나마 캠핑 카페에서 공동구매 형식으로 판매하는 타프가 품질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했다. 그래서 캠핑클럽 헥사 타프를 웨마 색상으로 구입했다. 이제 헥사와 렉타, 타프가 두 개가 되었다.
캠핑의 햇수가 거듭 될 수록 캠핑의 형태는 변하는 것 같다. 바리바리 싸가지고 가던 오토캠핑이 어느 순간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그러나 캠핑을 접을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드가 변하는 것 같다. 누구는 간단 모드 즉 미니멀 캠핑이나 백패킹으로, 또 누구는 트레일러나 캠핑카로, 요즘은 차박이 유행하는 것 같다. 차박 텐트나 아님 스텔스 차박으로.
나의 캠핑 형태도 조금씩 미니멀쪽으로 변해 갔다. 가족 모두가 캠핑을 가지 않을때 미니멀 캠핑이 하고 싶을 때 웨마270돔은 너무 컷다. 작은 텐트가 필요해 3인용 텐트를 하나 샀다. 연두색으로 하나 샀더니 기존의 녹색 렉타 타프와 깔맞춤도 되었다. (그 넘의 깔맞춤)
우연히 미니 렉타타프 스킨이 싼가격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야크에서 처음으로 캠핑용품을 내놓으면서 나온 물건인데 크기는 3x4m였다. 미니멀을 생각하고 고민하던 때라 그냥 샀다. 최초로 산 중국산 녹색 렉타타프 크기는 4.4X4m로 기억된다.
아이들이 크면서 캠핑을 따라 나서는 햇수가 줄어들었다. 그럴 땐 작은 텐트로 다닌다. 나는 휴양림을 좋아한다. 자연 속에서 하는 캠핑으로 휴양림 만한 데가 없다. 아주 가끔씩 불멍을 하고 싶을 때는 사설 캠핑장을 찾기도 하지만, 안 하는 버릇이 들어 이제는 크게 불멍이 땡기지도 않는다. 요즘은 휴양림도 시설이 많이 좋아졌다. 전기사용이나 온수 샤워가 가능한 휴양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용한 휴양림 데크 텐트 속에서 하룻밤, 아주 괜찮은 힐링 캠핑이다.
아이들이 모처럼 따라 나서면 큰 텐트를 들고나가게 된다. 나무 그늘 많은 휴양림에는 타프가 없어도 된다. 그때그때 가지고 있는 한도 내에서 조합하여 들고나간다.
작년부터 타프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산 녹색 타프가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구멍이 가운데에 생겨 비가 샜다. 그런 상태로 몇 번을 더 쓰다가 폐기 처분한 뒤 그 생각은 더 들었다. 특히 비를 피할 수 있는 타프가 필요했다. 미니 렉타나 헥사타프는 비가 오는 날이면 많이 불편했다. 텐트가 젖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짐들까지 많이 젖었기에 최소한 데크 면적보다 큰 렉타 타프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런 용도라면 미니멀모드라 하더라도 크기는 440x440mm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글들을 많이 보았다. 작년까지만 하여도 440 크기의 타프는 저렴하게 나오는 것이 없었다. 400mm가 최대였고, 440은 천을 하나 덧 되어야 해서 비쌌다고 하였다. 오토캠핑의 렉타타프 크기는 대부분 540x440mm이다. 큰 렉타 타프는 당연히 비싸고 무겁다. 괜찮은 품질의 국산 타프는 스킨 값만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10년이 넘으니 폴대도 휘어지고(가리왕산 휴양림에서 썩은 소나무 가지가 폴대로 떨어졌었다)해서 폴대도 필요하지만 아직 쓸만하기에 일단 렉타 스킨 먼저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올해가 되니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이 되었는지 440타프가 많이 보였다. 2~3년 전부터 블랙 코팅 타프가 하나둘씩 나오더니 요즘의 트렌드는 블랙 코팅인 모양이다. 블랙 코팅의 타프는 색상이 다양하지는 않다. 검은색과 빨간색이 가장 많고 한두 가지 색이 더 있을 뿐이었다. 이것도 앞으로 다양해지리라. 블랙 코팅은 암막 형태라 그늘이 더 짙다는데 아직 사용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440이상 크기에 비교적 무겁지 않으며 비 올 때 사용하게 방수 능력이 뛰어난 렉타 타프를 찾고 있었다. 이왕이면 블랙 코팅이면 더 좋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야 한다. 인터넷 쇼핑을 뒤지다가 자주 가지 않으면서 캠핑장비만 들여 뭐 하겠나 싶은 생각에 미치면 찾는 것을 그만두는 식으로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일단 중국산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찜해 놓고 있었다. 한방에 품질 좋은 것으로 가야 사고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생각도 들어 국산 괜찮은 타프 스킨도 검색해 후보군을 좁혔다. 그래서 구입 후보군으로 염두에 둔 것이 미라*블랙 코팅 타프, 캠핑 클*블랙 코팅 타프, 초*블랙 코팅 타프였다. 비 피할 목적이라면 크기는 차라리 540x440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벼운 실타프 망고쉐이드 마제스티 또는 백컨트리 실타프그란데를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 440x440mm크기에 무게 1.3kg 정도의 미니멀한 제품이다. 하지만, 실물을 보지 못한 데다 가격까지 야무지게 비싸 구입을 못하고 있었다.
며칠 전 네이버 쇼핑 타프 검색 페이지를 한참을 넘기다가 눈에 들어온 타프가 있었다. 나의 구입 조건에 매우 일치하는 제품이었다. 다만 처음 보는 브랜드였기에 살짝 망설여졌지만 후기 몇 개 읽고 난 후 결재까지 시간이 그리 길게 걸리진 않았다.(이래서 후기를 잘 올려 놓아야 하는가 보다.)
드베르그 캠핑이라는 메이커이고 모델명은 니플헤임 블랙펄 렉타 타프이다. 북유럽 신화에서 따왔다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메이커와 모델이었다.
나는 스킨만 구입했다. 가방 크기는 60x16cm이다. 렉타인데 살짝 커브가 진 모양의 550x440mm 크기이다. 내수압은 10,000mm라고 하며, 옥스퍼드 180D원단이라 살짝 얇고 블랙 코팅이라 3kg 정도 무게를 가지고 있다. 아직 사용 전이라 사용기가 아닌 개봉기로 스펙은 드베르그 캠핑 소개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모서리나 측면 덧덴 천에는 심실링이 없다. 아마도 덧덴 부분이기에 굳이 심실링이 필요치 않아 접어서 박음질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지 싶다. 가운데 천의 이음 부분에는 심실링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크기 때문에 거실에서 전부 펼쳐 보지는 못했다. 다음 달에 캠핑 가면 사용해 보면서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마침 구입하던 때가 택배 노조의 파업이 시작된 때라 8일 만에 받아 볼 수 있었다. 파업이 잘 마무리돼서 그리고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다. 오래 함께하는 타프이길 바란다. 국산의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내가 구입 후 가격이 바뀌었다). 비교적 가벼운 무게. 비 피하기 좋은 크기와 내수압. 그리고 트렌드인 블랙 코팅.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타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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